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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김서라 작가

심종식 외할아버지에 감사

평론 : ‘역사의 잔해와 무덤 순례자-오종태론

 

김서라 (母 심근자 곡성종회) 1991년 광주 출생,

2014년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오종태 작가의 첫 번째 사진집 흑산도와 홍도’(1961)를 우연히 전남대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현재 이 사진집은 전남대학교 도서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유일본으로서, 오종태 작가가 손수 사진을 붙이고 캡션을 달아 제작한 것이었다. 유물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해도 좋을 사진집인데, 안타깝게도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절반 이상의 사진들이 소실되고 책장들은 바스러져 있었다. 60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이 사진집은 폐허의 모습 자체였다. 놀라운 발굴이면서도 이 사진집이 여기 이대로 있어도 되는지 안타까웠다. (부디 흑산도와 홍도가 어서 더 나은 환경에서 보관되기를 바랍니다.)

광주의 오종태 작가도 이 사진집의 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의 무등산 사진들은 어느 정도 익숙할지라도, 그와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광주와 담양의 예전 모습을 단지 기록했다던 사진가로 남겨져 있었던 이 작가는 역사적 경험들을 재난으로서 겪었던 사람이다. 그가 사진으로 남긴 증언들은 지금의 우리도 역사적 재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그리고 상처를 겪어버렸다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알려준다.

글을 써가는 과정을 돌이켜보니 노트북 앞에서 끙끙거렸던 시간이 반 이상이었다. 오종태 작가의 역사적 경험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이 사진들을 그저 잘 감상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었기에, 사진 위에 떠도는 맥락들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확신을 가졌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쓰면서 다시 갈팡질팡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주변의 도움, 우연한 순간과 만남이 없었다면 글의 맥락을 지속적으로 잡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오로지 홀로 하는 일임은 틀림없지만, 만남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만남이 귀한 시절에, 엄청난 지지를 보내주신 연구자 선생님들과 또래의 유승, 지수 작가님과 하얀 기획자님, 철학과 태준 샘을 비롯한 선배님들과 동료 찬혁, 난주 모두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평론이라는 무게 아래서 글을 생산해야 하는 처지구나, 무섭고 두렵다. 그렇지만 굉장한 행운이다. 주어진 행운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광주의 여성 연구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자 한다. 지역의 여성으로서 작가 혹은 연구자로 살면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 보살피고 연대하면, 살아남는 일이 곤욕이 되지 않고 조금 더 즐거울 것이라 믿는다. 광주의 많은 작가들, 연구자들이 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간신히 걸음마를 뗀다. 거친 문장들을 헤치고 글을 주의 깊게 살펴주신 심사위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항상 도움과 응원을 보내주신 심종식 외할아버지, 부모님과 여동생 사라, 전남대학교 철학과의 박구용 지도교수님, 태백미술연구소 선생님들, 그리고 가장 큰 지지자이자 조력자이신 김만석 선생님을 비롯한 광주모더니즘세미나 멤버들께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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