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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동아일보 대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 

 

대담 참석자(왼쪽부터)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일비전포럼 간사심규선: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동아일보 대기자신각수: 한일비전포럼 위원장, 前 주일대사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 한일비전포럼 위원

201512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매듭짓는 합의를 맺는다. 합의문에서 일본 측은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사과와 함께 피해자 지원 예산을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 이행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배제됐다는 주장이 한국 사회 일각에서 나오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5개월여 조사 끝에 이런 주장이 사실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정부는 ‘2015년 합의를 폐기하지는 않지만, 재교섭도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합의 이행 없이는 협력도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일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주한미군 철수설이 단적인 예다. 트럼프는 역내 안보에 동맹국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중국은 갈수록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취하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한국은 일본과의 끈을 놓지 않고 대중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갈등에 휩싸인 한일관계])

한편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관한 국내 정책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생존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5반일 감정만 부추기는 수요집회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일갈하면서다. 이 할머니는 ·일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도록 운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아베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일본 정부가 리더십 교체기에 접어들었다. 아베 총리 재임 기간 한·일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편했던 건 부인하기 어렵다. 그의 국수주의적 언행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아베 총리의 퇴장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묵은 감정을 덜어내고 새 비전을 모색하는 게 양국 정부에 주어진 과제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해 727일 서울 성북구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회의실에서 한일비전포럼 주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다뤄야 하나토론회는 한·일 관계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신각수 전 주일대사를 비롯해 학계·언론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5년 합의에 대한 평가부터 국내 위안부 정책의 변화 방향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월간중앙은 두 시간여 동안 이어진 이날 토론을 지면으로 옮겼다. 토론회의 전체 영상은 유튜브 채널 [한반도평화만들기]에서 볼 수 있다.

 

1| 2015년 위안부 합의에 관한 논란

심규선_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비판들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 그런데 동시에 묻고 싶다.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불가능한 최선보다 가능한 차선을 택한 결과가 2015년 합의였다. 이를 능가하는 새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혜경 박사께서 도덕적 우위를 말씀하셨다. 도덕적으로는 일본에 계속 책임을 추궁하되, 돈 문제는 우리가 안고 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방법에 대한 양해가 없으면 한·일은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만 할 것이다. 우리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2| ·일 양국의 해결 노력: 우리가 되돌아볼 부분은?

심규선_ 양 교수의 지적에 수긍한다. 다만 처음 질문을 다시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011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부의 부작위를 그대로 둘 수 없어 협상에 나섰고, 합의했다. 부족했고 문제가 많다. 그런데 현 정부는 문제 있는 합의를 파기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또다시 정부의 부작위가 이어지는 것 아닌가?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다. 사실 역대 정부가 대부분 그랬다. 세 정부만 달랐다. 1965년 청구권협정,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결정, 그리고 2015년 위안부 합의였다. 비판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3|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교육해야 하는가?

심규선_ 사실 유족에게 돈을 지급하고 싶어도, 유족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지급이 불가능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예전 자료만으로 유족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34명 정도가 보상받기로 하고 지급이 끝났다. 그 시점에서 이사들은 이제 교육과 기념·기림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때 화해치유재단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비록 재단은 해산됐어도 사회자와 정 박사가 지적한 부분은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하는 지점이다.

 

4| 일본에 무엇을 요구하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심규선_ 피해자로서의 논의가 굉장히 깊어졌다는 점을 느낀다. 이런 토양이 없다면 어떤 합의라도 똑같은 전철을 밟아서 깨질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네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가 100% 이기지 못한다. 기다리면 일본이 무릎 꿇을 것이라는 희망 고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 의사만 존중하면 좋은 리더가 되는 시기는 지났다. 셋째,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지를 분명히 말하지 않으면 100%를 요구했다가 또 깨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 동시 행동이 필요하다. 양측이 서로 먼저 무릎 꿇으면 양보하겠다는 생각으로는 합의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동시 행동이 필요하다. 동시 행동을 위해선 물밑접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일비전포럼 - ·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전직 외교관 및 경제계·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이 20194월 결성한 포럼이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포럼은 설립 이래 매달 두 차례씩 모임을 열고 있다. 지난 8월엔 그간의 논의를 정리한 책 [갈등에 휩싸인 한일관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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