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관교리공(휘 희세)묘갈

교리공 휘 희세 묘소
소재지: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

신 도 비


十三世祖 贈吏曹判書 兼 大提學 行 通訓大夫 弘文館校理 諱 熙世 墓碣銘
靑松沈君熙世字德輝之墓德水李植爲之識曰君自童稚聰悟嗜學記性絶倫博究經史而不資師授吶於口讀而目閱數番能久而不忘年二十餘始學文詞中甲子進士然不競於擧業益務記覽旁通古今典故以至氏族譜系無不精詳人有扣問左右酬應亹亹不竭聞者莫不厭伏晩爲親老治經應擧而未嘗帖括誦數朞年而融貫傳註擧場莫及遂中己卯式年丙科君先己除齋郞不拜用靖 社從勳授西班司果故登第例陞成均館典籍擢司諫院正言遷兵曺佐郞俄丁內艱終制歷拜弘文館修撰者四拜獻納者再癸未拜吏曹佐郞逾年而遞爲校理復拜吏郞以病免病遂篤明年乙酉坐前事與同銓三人被時旨遠謫而君病不能就配 上命侍差發遣大臣臺諫交論其寃止得削職而君己於是年五月初二日卒距生年辛丑七月初六日壽四十五立朝堇五年高祖領議政忠惠公諱連源曾祖國舅靑陵府院君翼孝公諱鋼祖大司憲靑陽君義謙考玉果縣監諱 用仲子靑雲君命世元勳貴 贈至領議政靑川府院君妣綾城具氏國舅左贊成文懿公諱思孟之女君兄弟七人而君爲季出繼從父議政府領議政諱悅妣貞敬夫人杞溪兪氏進士涵之女君初娶兪夫人侄昌寧縣監大佑之女生二女長適進士申最次適士人李行逸後娶密陽朴氏平康縣監安鼎之女生三男一女男曰樞樞初有首兄故出爲靑雲君後旣而其兄不育次男機承嫡與其季尙幼適申晸君質直廉簡絶無綺紈之習好善嫉惡不苟取舍不能隨時俯仰以適物情人或病焉而自信不疑先是 上惡新進朋比命銓長不許郞官各自薦引而其弊己痼卽薦如故君將去銓亦有所薦適컺友中有不相悅者在臺劾其失擧 上始知成命不行 命査首變者罪之而事己久遠人皆自辨無可指摘以君方被劾案爲首罪以重其法實非君所爲也是冬因 命還職牒以從勳追 贈都承旨同坐者皆復用盖 上察其初無情犯故也嗟呼以君之才學雖使崛起泥塗足以芥拾靑紫人莫敢訾議乃今地常肺腑家襲勳貴交游盖一時而卒不免於機辟悃慽以終是非命耶顧其資之不然者有以取之則是性也非命也然君本不喜榮進自期待甚重嘗有著書垂後之志年又不遠旣不能첥于時且無以表于後抑不可謂之非命也嗚呼惜哉是爲表
大提學 李 植 撰

13세조 증이조판서 겸 대제학 행 통훈대부 홍문관교리 휘 희세(熙世) 묘갈명
청송 심군(沈君) 희세(熙世)의 자는 덕휘(德輝)다. 그 무덤에 덕수 이식(德水 李植)이 지(識)하기를
『군(君)은 어릴 때부터 총명 영오하여 학문을 좋아했으며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경전과 사서(史書)를 널리 연구하여 스승의 가르침을 기다리지 아니하고도 입으로 읽는 데는 더듬거렸으나 눈으로 몇 번만 보면 오래 가도록 잊지 아니했다. 나이 스무살이 넘자 처음 글을 배웠는데 甲子年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했다.』
그러나 거업(擧業)①에 힘쓰지 아니하고 더욱 외우고 열람하는 데 힘을 써서 古今의 전고(典故)②를 모두 통했으므로 씨족(氏族)의 보계(譜系)③까지도 정상(精詳)④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묻게 되면 어느 것이든지 대답하는 것이 미미(亹亹)⑤하여 마르지 아니하니 듣는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은 이 없었다.
늦게 어버이의 늙음 때문에 경서를 공부해서 과거에 응했는데 일찍이 첩괄(帖括)⑥하지 아니하고도 외어서 몇 년이 되지 아니하여 전주(傳註)까지 자세히 이해하여 관통(貫通)하니 科場에 나온 선비들이 따르지 못했다. 이리하여 기묘년 식년시(式年試) 병과(丙科)에 급제했다.
군(君)은 이보다 먼저 재랑(齋郞)에 제수 되었으나 부임하지 아니하고 정사(靖社)에 따른 공로도 서반(西班)인 사과(司果)에 임명되었으므로 급제한 뒤에는 예(例)에 따라 성균관전적에 승진됐다가 곧 사간원 정언으로 발탁됐다. 이어서 병조좌랑으로 옮겼다. 얼마 뒤 어머니의 상고를 당해서 3年을 마친 뒤 홍문관수찬을 네 번 지내고 사헌부헌납을 두 번 지냈다. 癸未年에 이조좌랑이 되었고 해를 넘긴 뒤 교리로 교체됐고 다시 이조정랑이 되었으나 병 때문에 사면했다. 병은 더욱 깊어만 갔고 이듬해 乙酉年에 지나간 일에 연루되어 이조에서 같이 일하던 세 사람과 함께 시지(時旨)를 받고 멀리 귀양이 내려졌으나 군은 병 때문에 배소에 갈 수가 없었다.
상감의 명으로 차도가 있을 때를 기다려서 출발하게 하니 대신과 대간(臺諫)들이 바꾸어 가면서 그의 원통함을 호소하여 다만 삭직(削職)으로 그치게 했으나 군은 이해 5月 初2日 죽었다. 그가 태어난 해가 辛丑年 7月 初6日 이었으니 수가 45歲다. 조정에서 벼슬한 지는 겨우 五年 밖에 안 된다. 고조는 영의정 충혜공(忠惠公) 휘 연원(連源)이요, 증조는 국구 청릉부원군 익효공(翼孝公) 휘 강(鋼)이며 할아버지는 대사헌 청양군 휘 의겸(義謙)이요, 아버지는 옥과(玉果)현감 휘 엄()이다.
중자(仲子) 청운군 명세(命世)의 원훈(元勳) 때문에 영의정 청천부원군에 추봉됐다. 어머니는 능성구씨(綾城具氏)로 국구인 좌찬성 문의공(文懿公) 휘 사맹(思孟)의 따님이다. 군은 兄弟 7人중 막내이며 종부(從父)⑦인 의정부 영의정 휘 열(悅)에게 출계(出系)했다. 어머니는 정경부인 기계 유씨(杞溪兪氏)로 진사 함(涵)의 따님이다.
군은 처음 유부인(兪夫人)의 질녀인 창녕현감(昌寧縣監) 대우(大佑)의 딸에게 장가들어 딸 둘을 낳으니 맏딸은 진사 신최(申最)에게 출가했고 다음은 사인 이행일(李行逸)에게 출가했다. 밀양 박씨(密陽朴氏)인 평강(平康) 안정(安鼎)의 딸을 재취하여 3男1女를 낳으니 맏은 추(樞)다. 추(樞)는 처음에 맏형이 있었기 때문에 청운군의 후사로 나갔으나 그 뒤에 그 형이 무후(無后)하여 차남 기(機)로 적통(嫡統)을 이었고 그 아우 막내는 아직 어리다. 딸은 신정(申晸)에게 출가했다. 군은 성질이 곧고 청렴하며 간소하여 절대로 기환(綺紈)의 풍습이 없었으며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하며 취하고 버리는 일에 구차하지 아니했고 또 때에 맞추어서 부앙(俯仰)하여 물정(物情)에 맞추지 아니하니 어떤 이는 그것을 병으로 여겼다. 그러나 스스로는 믿어서 의심하지 아니했다. 이보다 앞서 상감께서는 신진(新進)⑧들이 붕비(朋比)⑨를 만드는 것을 싫어하여 전장(銓長)의 명을 허락하지 아니하니 낭관(郎官)들이 각자(各自) 추천하고 또 줄을 대는 폐단이 이미 고질화되어 있어서 낭관들의 추천이 예와 같았다. 공이 전조를 떠나고자 하였는데 또한 추천하는 이 있었다. 그 때 제우(儕友)⑩ 가운데 서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대간이 그 잘못된 것을 탄핵하였으므로 상감께서 처음 그 사실을 알고 이미 내린 명령을 취소한 뒤 그 수변자(首變者)를 찾아서 죄줄 것을 명하였다.
일이 지난 지 오래 되어 사람마다 스스로 발뺌하여 지적할 수가 없었다. 군이 그때 핵안(劾案)⑪에 올라 있었으므로 수죄(首罪)가 되어 중한 벌을 받았지만 그것은 참으로 군이 한 일이 아니었다. 이 해 겨울에 명에 의해 직첩(職牒)이 돌려지고 호종한 공훈으로 도승지에 추중되었으며 같이 연루된 사람들도 모두 복직되었으니 이것은 상감께서 그 처음부터 정범(情犯)⑫이 없음을 살폈기 때문이었다.
아! 슬프다. 군의 재주와 학문을 가지고 비록 천한 지위에서 일어났으나 족히 개자(芥子)를 가지고 청자(靑紫)⑬를 주으니 사람들이 감히 나무라거나 꾸짖지 못할 일인데 지금 그의 처지는 폐부가(肺俯家)⑭로 훈귀(勳貴)를 세습하여 교유(交遊)도 대개 일시의 명문인데 끝내 기벽(機辟)⑮과 곤척(悃慽)⑯을 면하지 못하고 시비(是非)로 끝을 맺으니 이것이 운명이란 말인가. 그 자질을 돌아보면 그렇지 아니할 것 같고 그 중에도 취한 것이 있었으니 이것은 성품 탓이지 운명은 아니다. 그러나 군은 본래 영진(榮進)을 좋아하지 아니했고 스스로 기대(期待)함이 매우 중했다. 일찍이 저서(著書)로 뒤에 남길 뜻이 있었으나 연대가 또한 멀지 않고 이미 능히 당시에 행하여지지 못하게 되었으며 또한 뒤에 들어낼 것이 없으니 이 또한 운명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겠구나.
아! 애석하도다 이것으로 표를 삼는다.
대제학 이식(李植)은 짓다.

주(註)
① 거업(擧業):거(擧)는 과거(科擧), 업(業)은 공부. 즉 과거 공부.
② 전고(典故):전례(典禮)와 고사(故事) 또는 전거(典據)가 되는 고사.
③ 보계(譜系):계보(系譜) 또는 족보. 즉, 그 씨족과 가문의 내력과 줄거리.
④ 정상(精詳):정밀(情密)하고 상세(詳細)함.
⑤ 미미(亹亹):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또는 진행하는 모양.
⑥ 첩괄(帖括):당대(唐代) 진사과거에서 경서(經書) 중의 어떤 자(보통석자)를 따서 쓴 종이 쪽지의 문제에 대하여 그 경서의 글을 총괄하여 답변을 만드는 시험. 일설에는 경서의 글을 군데군데 종이로 바르고 그 글자를 알아 맞추게 하여 학력을 시험하는 방법.
⑦ 종부(從父):아버지의 형제. 백부(伯父) 또는 숙부(叔父).
⑧ 신진(新進):새로 벼슬에 오른 사람.
⑨ 붕비(朋比):붕당(朋黨)을 지어 아부(阿附)함.
⑩ 제우(儕友):제류(類). 나이와 신분이 서로 비슷한 사람. 동배(同輩).
⑪ 핵안(劾案):잘못한 관원을 탄핵하기 위해 작성한 문안(文案).
⑫ 정범(情犯):인정에 끌려서 잘못인줄 알면서도 고의로 저질은 범행.
⑬ 청자(靑紫):푸른빛과 자줏빛. 관원들의 관복이 대부분 청자로 되어 있으므로 전하여 조정관원.
⑭ 폐부가(肺腑家):폐부(肺腑)는 사람 생명의 근원. 폐부가는 국가의 중심이며 근원이란 뜻으로 비유.
⑮ 기벽(機辟):열고 닫는 기계. 또는 버려져서 쓰이지 않는 기계.
⑯ 곤척(悃慽):부지런히 노력해도 실패만 거듭하고 잘 풀리지 아니함. 즉, 이어지는 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