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괴석(紫菊怪石: 자주빛 국화와 기이한 돌)

묵국(墨菊)을 새로운 문인화 소재로 조선에 확고히 자리잡게 한 현재가 그린 담채의 국화그림이다. 현재의 전형적인 괴석초충도와 비교하여 다른 점은 이 그림에는 곤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가 이 그림을 『 개자원화전』 제2집 난죽매국의 국보(菊譜)의 맥락에서 그렸기 때문이다. 국보(菊譜)편에는 괴석과 국화가 어울린 그림이 많이 보인다.

일단 이 그림은 구성면에서 다른 초충도와 다르게 공간이 더 많아졌다. 다른 그림에서는 대개 한두 개의 공간만 설정되었는데, 이 그림에서는 3개의 공간이 배치되었다. 화면 아래 풀잎들의 일부분이 보이고, 뒤로 작은 돌 한 쌍이 풀밭에 박혀 있고, 다시 뒤로 더 큰 바위가 그림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바위 뒤로 일곱 송이의 보라색 국화가 꽃을 피웠다. 밑의 네 송이는 이미 활짝 피었고 줄기 맨 위의 세 송이는 꽃잎이 벌어지기 전의 모습이다. 꽃술은 노란색으로 점점 칠했고 꽃잎은 먼저 녹색으로 형태를 대강 잡은 후 꽃잎 하나하나를 자색의 선으로 그렸다.

바위 표현은 일단 윤곽선을 굵고 연한 먹을 능숙하게 내리 그었고, 그 선을 따라 농묵으로 점을 찍었다. 그리고 바위 표면은 황색과 푸른색 그리고 먹색을 순서대로 입혔다. 땅에는 먼저 연한 녹색으로 물들이고 첨두점(尖頭點: 붓끝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눌러 생긴 위가 뾰족한 점)을 바위 주위에 무수히 찍었다. "현재(玄齋)"라는 주문인장과 "이숙(頤叔)"이라는 백문인장이 찍혀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