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만세상(南蠻洗象: 남방 사람이 코끼리를 씻다)

코끼리와 소를 그린 두 폭 <상우도(象牛圖)>중 첫폭이다. 우리 전통회화에서 보기드문 코끼리 그림이다. 이 그림은 『고씨화보(顧氏畵譜)』에 21번째로 실린 이공린(李公麟)의 <불관세상(佛觀洗象)>을 간략히 그려낸 것이다. 이공린 그림에서는 코끼리를 목욕시키는 인물이 셋이고 그 오른쪽에는 염주와 육환장을 든 노승이 동자승의 시중을 받으며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공린의 그림은 도석화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노승과 동자승을 생략시켜 단순한 풍속화로 만들어 버렸다.

임모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상아 한 쌍의 좌우가 너무 불균형하다는 것과 코끼리 몸통 근육이 물렁물렁하게 되어 코끼리 실제의 강한 근육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이 코끼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이 화본만 보고 그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반면에 코끼리를 씻는 인물들의 모습은 생동감 있게 잘 표현하였다. "심사정인(沈師正印)"과 "현(玄)", "재(齋)"라는 백문방형 인장이 찍혀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