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송정(溪山松亭: 계산의 소나무와 정자)

우뚝 솟은 바위산의 기이한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를 흐르는 시내에 자리한 정자,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소나무를 그린 것으로 심사정의 화의(畵意)가 잘 드러난 수작이다. 심사정과 친분이 깊었던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이 이 그림에 대하여 발문을 붙인 것이 그림의 왼편에 함께 장첩되어 있다.

"이는 현재가 꾸밈 없는 뜻으로 그려낸 것이니 지극히 깨끗하고 만족한 운치가 있다. 다만 화폭 왼쪽의 뾰족 봉우리가 작은 흠이 될까 두렵다. 연이어 껴안고 서로 절하니 한자 소나무라도 문득 다치리라. 관원수 김광국. (此是玄齋之率意弄筆, 而極有蕭散自得之趣. 但幅左尖峯, 恐爲小疵. 連抱相拜, 尺松便傷. 灌園叟 金光國.)"

왼편에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가 너무 붙어 있는 것이 흠이 된다는 말이다. 군데군데 붉은 잎을 달고 있는 나물들이 절벽에 붙어 자라고 있는데, 그 아래로는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붓는 폭포가 몇 굽이를 이루며 떨어지고 있다. 폭포의 윗부분에 성곽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이곳에 중요한 관문이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폭포 물소리만 가득하다, 폭포를 바라보기에 적당한 자리에는 사모정 하나가 멋들어진 소나무 곁에 자리하고 있어 더 없는 조화를 이룬다.

오른편 바위 절벽에 표현된 부벽준법은 심사정이 자신만의 고유 화법을 창안해 나가는 과정에서 적극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 그림 역시 심사정의 후반기 작품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전체적으로 거친 필선과 함께 푸른색을 많이 사용하여 역동적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왼편 바위 절벽에 "현(玄) 재(齋)"라는 방형백문(方形白文)의 인장이 소박한 모습으로 찍혀 있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