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욕우(夏山欲雨: 여름 산의 비올 조짐)

화면 왼편 상단에 "방동현재(倣董玄宰) 현재(玄齋)"라는 관서를 통해 명나라 말기 문인화가인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의 필법을 모방한 그림임을 알 수 있다. 먹빛의 풍부한 변화가 특기였던 동기창처럼 이 그림 역시 풍부한 먹의 번짐을 이용하여 이제 곧 비가 쏟아지려는 마을의 습윤한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름이라서 비구름이 자욱한 산은 녹음 짙은 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 역시 그 넓은 잎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마을을 찾는 나그네는 나귀 등에 앉은 채 깊은 상념에 빠진 모습이다. 짙은 먹의 횡선으로 표현된 강변의 모래톱은 잔잔한 물결과도 같다. 앞에서 살펴본 <소림모정>과 그림의 크기도 같고 관서의 위치와 글씨체, 사용된 인장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 같은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