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모정(疎林茅亭: 성긴 숲의 초가 정자)

심사정의 그림 중 제작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초기의 작품은 <주유관폭(舟遊觀瀑)>인데, 이 그림은 심사정의 화법이 남종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다. <주유관폭>에서는 남종화 중에서도 원대 화가인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의 필법을 많이 따르고 있는데, 여기 보이는 작품에서는 그림의 왼편 상단에 "방황자구필(倣黃子久筆) 현재(玄齋)"라는 관서기 있어 그러한 심사정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체적인 구도는 심사정이 1749년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을 위해 그렸던 <계산모정>과 비슷하고 단지 방향만 서로 반대일 뿐이다. 비록 황공망의 법을 따라 그렸다고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심사정에 의해 변용된 기법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나뭇가지의 표현에서는 황공망의 표현보다 더 심하게 아래로 쳐지며 짙은 농묵으로 중첩이 되어 있다.

또한 『개자원화전』을 살펴보면 황공망이 산을 그릴 때는 산 정상에 암석을 그리고 기이한 봉우리들을 중첩해 놓고 있는데, 심사정은 피마준과 흡사한 준법으로 산을 중첩하여 올리고 그 사이사이에 횡점을 찍어 수림을 표현하고 있다. 황공망의 산 표현보다 훨씬 정제된 느낌이다. 근경에 있는 바위의 표현도 황공망이 그린 바위보다 더 부드러운 선을 사용하여 안정된 느낌을 준다. 심사정이 중국의 남종화를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변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재(玄齋)"라는 방형주문, "이숙(頤叔)"이라는 방형백문이 인장이 있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