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야우(瀟湘夜雨: 소상강의 밤 비)

"반죽(斑竹) 위에 얼룩진 피는,
그날 두 왕비의 원한이리.
한밤 중 강속에 내리는 비가,
어찌 일찍이 눈물 흔적 씻었으리오.
(斑斑竹上血, 當日二妃寃. 半夜江心雨, 何曾洗淚㾗.)"
(『芝峯集』 卷1, 「瀟湘夜雨」)

『지봉유설(芝峰類說)』의 저자로 조선중기 대표적 문장기였던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이 소상강(瀟湘江)의 밤 비 내리는 풍광을 묘사한 제화시다. 이처럼 소상팔경의 한 소재인 〈소상야우〉에는 눈물과 원한이 서려있는 슬픈 사연이 있다.

요(堯)임금의 뒤를 이어 천하를 다스리게 된 순(舜)임금이 정사(政事)를 펴는 도중 순행(巡行)을 나간 길에 창오(蒼梧)에서 죽었다. 요의 두 딸인 동시에 순의 두 아내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이 소식을 듣고는 소상강으로 달려가 순임금을 그리워하며 피눈물을 흘린다. 그러자 이 피눈물이 대나무에 묻어 대나무의 표면에 핏빛으로 얼룩이 생겼고, 이후부터 소상강에는 이렇게 얼룩이 있는 반죽이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사정은 이렇게 슬픔이 배어 있는 소상강을 표현하기 위해 건묵(乾墨)과 농묵(濃墨)을 주로 사용하여 짙은 어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안개에 쌓인 원경과 중경을 건묵의 필치로 묘사한 것이 이채롭다. 근경의 수림을 짙은 농묵으로 표현하여 밤안개가 가라앉은 강가의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