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거상락(溪居上樂: 시냇가에 사는 최상의 즐거움)

시냇가에 집 짓고 사는 즐거움을 표현한 그림으로, 심사정의 그림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대부벽준(大斧劈皴)이 거침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특히 송대(宋代) 이당(頤唐)이 자주 사용했던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는 부벽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오른편에 있는 정자와 왼편의 관문에서는 『개자원화전』의 표현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높은 곳에서는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그려졌는데, 바위 산 중턱에 구름이 지나가고 구름의 반대편에는 폭포가 두 줄기로 흘러 떨어지고 있다. 대숲과 낙락장송 그리고 화사한 복사꽃 나무는 더없는 조화를 이루어 선계(仙界)를 방불케 한다. 큰 괴석 옆에 지어진 정자에는 선비가 난간에 기댄 채 물소리에 취해 있고, 시종들도 공수(拱手)한 채 이 즐거움을 함께 한다.

왼편에 놓인 넓직한 돌다리를 건너면 높은 돈대 위에 관문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나귀를 앞세우고 관문에 다다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문 뒤 깍아지른 절벽에는 난간도 없는 소로길을 봇짐을 메고 오르는 사람도 있다. 오른편 개울 건너에도 나귀를 타고 가는 일행이 있는데, 쪽빛 원산(遠山)앞에 있는 절을 찾아가는 모양이다. 매우 복잡한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잘 조화시켜 표현하고 있는 수작이다. (吳)